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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예수재(生前豫修齋)

빛나는소프라노 2021. 8. 2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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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예수재(生前豫修齋)란
불자들이 살아 있는 동안 ‘미리(豫) 닦는(修) 재(齋)’ 의식으로,
49재나 천도재가 죽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면
예수재는 살아있는 사람의 미래,
즉 자기 자신의 죽은 후의 왕생극락을 미리 기원하는 의식입니다.

죽은 뒤에 남의 손에 의하여 극락왕생을 바라는것 보다는
자기 자신이 살아있을 적에 스스로를 위하여 미리 공덕을 쌓는 것이며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한 수행입니다.

저는 처음 절에서 예수재를 지낸다는 말을 듣고
도대체 예수님 제사를 왜 절에서 지내주는 것인지 한동안 의아해 했습니다.
알고 보니 기독교의 예수님이 아니라,
'미리 닦는다'는 뜻의 예수재(豫修齋) 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생전예수재는 시왕신앙이 활발하였던 고려시대부터 시작되어 조선중기에 성행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존하는 문헌에서 최초로 기록되어 있는 것은 조선후기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입니다.
'경기도 광주 봉은사에서는 윤달이 되면 장안의 부녀자들이 몰려들어 많은 돈을 불단에 놓고 불공을 드린다.
이 같은 행사는 달이 다가도록 계속된다.
이렇게 하면 죽어서 극락으로 간다고 믿어 사방의 노파들이 와서 정성을 다해 불공을 드린다.
서울과 그 밖의 다른 지방의 절에서도 이런 풍속이 많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 기록에서 예수재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지만 지금의 예수재라고 인정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록된 경기도 광주 봉은사가 바로 현재 서울 삼성동에 있는 봉은사입니다.
그러므로 봉은사는 현존하는 한국불교문헌에 기록된 최초로 예수재를 설행한 도량입니다.

 

[생전예수재의 의미]

생전예수재는 말 그대로 살아있을 동안, 생전에 미리 수행과 공덕을 닦아두는 재입니다.
속설에는 자신의 49재를 미리 지낸다고도 하여 다른 말로는 역수(逆修, 거꾸로 닦다)라 합니다.
경전에는 망자를 위한 기도 공덕을 이렇게 언급합니다.

"만일 남자나 여인이 세상에서 착한 인연을 닦지 아니하고 여러 가지 죄를 지었는데,
목숨이 마친 뒤에 여러 권속이 그를 위하여 복된 이익을 지으면,
칠분 공덕 가운데 일분 공덕은 망인이 얻고, 육분 공덕은 산 사람의 이익이 됩니다.
그러므로 현재 미래세의 선남자 선여인이 이 말을 잘 듣고 스스로 닦으면, 
그 공덕을 온전히 얻게 됩니다."
<지장경-이익존망품>

죽은 후 49일 안에 여러 좋은 일을 지어주면, 망자는 인간이나 천상에 태어날 수 있고,
현재 권속도 이익이 한량없습니다.
그런데 그 공덕의 1/7은 죽은 자에게 가고, 6/7은 기도한 자에게 갑니다.
만약 스스로 복을 지으면, 모든 공덕을 온전히 얻는 것입니다.
이 경전 말씀을 재 지내는 한 근거로 사용합니다.
재 지낸 공덕으로 조상이 좋은 곳으로 가게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재를 지냅니다.

재(齋)와 제(祭)는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제는 귀신이나 신에게 음식을 올리는 의미가 강합니다.
반면에 불교에서 사용하는 재는 부정한 것을 멀리하고 부처님과 대중들에게 공양을 올리는 불공의 의미입니다.
이러한 공양의 공덕으로 복을 짓고, 또한 그 공덕으로 조상을 천도합니다.

그런데 경전의 내용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망자를 위해 재 지내라는 의미보다는 스스로 살아있을 때 열심히 복을 지으라는 말씀에 가깝습니다.
즉, 죽어서 후손이 공덕을 짓더라도 1/7밖에 이익이 되지 않으니,
스스로 생전에 복을 지으라는 말씀이죠. 이러한 의미에서 생전예수재가 있습니다.

생전예수재는 윤달에 지냅니다. 따라서 2, 3년 간격으로 지내게 됩니다.
윤달은 '여벌달', '공달', '덤달'이라고 하여, 보통 달과는 달리 걸릴 것이 없는 달이고, 탈이 없는 달이라 합니다.
속담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없다고 할 만큼 무난한 달입니다.
이처럼 윤달은 탈이 없고 복만 있는 '덤달'이기 때문에
현세의 복만이 아닌 내세의 복을 지성껏 닦는 '생전예수재'를 지내기에도 가장 좋은 달이라 여겼습니다.

 

[모든 이들에게 진 빚을 갚다]

생전예수재에 동참하게 되면, 사찰에서는 동참자의 이름 등을 기록한 서류를 작성합니다.
그리고 그 서류를 다라니 등과 함께 종이상자에 넣어 불단에 올립니다.
그렇다면 서류에는 무엇이 적혀있을까요.
서류에는 태어난 육십갑자별로 각각 빚진 돈과 읽을 경전의 권수 등이 적혀 있습니다.
가령 갑자생은 빚진 돈이 5만 3천관, 읽을 경전이 17권 등이고, 
나아가 계해생은 각각 7만 5천관, 24권 등입니다.
생전예수재 동참을 계기로 이 모든 빚 등을 다 갚게 됩니다.
참고로 여기서 1관은 금 1돈에 해당합니다.
요즈음 금 1돈 시세가 28만원 정도이니, 5만 3천관의 빚이라면 어마어마합니다.

그렇다면, 생전예수재 동참은 무엇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빚을 갚는 행위입니다.
우리는 많은 이들의 희생과 은혜로 살아갑니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빚이므로 우리는 엄청난 빚을 지고 있습니다.
공양 전에 항상 합장하며,
"이 음식에 깃든 모든 이의 공덕을 생각하며 감사히 먹겠습니다." 라고 읊조리며 고마운 마음을 가집니다.
이 음식 뿐만아니라 모든 것이, 모든 이가 고맙습니다. 
불법승 삼보에 감사하고, 부처님 길로 들어서게 한 인연에 감사하고,
이 몸과 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세상에는 가장 보기 어려운 두 가지 일이 있다. 그 두 가지는 무엇인가.
첫째는 은혜를 갚을 줄 아는 것이요, 둘째는 큰 은혜는 말할 것도 없고 조그만 은혜라도 잊지 않는 것이다."

<증일아함경 제10권>

부모 · 중생 · 스승 · 삼보의 은혜, 그 외 모든 은혜에 감사하며, 보은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잊고 살며 당연하다 여깁니다.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당연하게 있다고 여기는 공기도, 없으면 살 수 없습니다.
모두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생전예수재 서류의 '빚'이라는 말이 그것을 깨우쳐 줍니다.

 

[부처님께 공양 올리듯이]

그런데 생전예수재를 잘못 이해하면, 이러한 서류가 중세시대의 면죄부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내용은 형식을 통해 드러나고, 형식은 내용을 더욱 알차게 합니다. 형식과 내용은 함께합니다.
말 그대로 미리 닦는다는 의미가 생전예수재이니,
재 지내는 동안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이웃을 돌아보며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기도 발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 나아가 생전예수재를 계기로 일상으로 그 마음과 실천을 이어갑니다.

윤달이 있는 해에 그것도 절에 기도 접수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늘 생활 속에서 이웃과 함께하는 모습이, 참으로 생전에 미리 그 복을 닦는 참 의미의 생전예수재 입니다.
망자에게 한두 번 올리는 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 지내는 마음으로 모든 이를 항상 섬기고 나누는 삶이 생활 속의 참된 천도재 입니다.

"가장 가난한 이나 몸이 불편하거나 말하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가지가지 힘든 자를 만나서 보시를 하고자 할 때, 
자비스러운 마음으로 하심하여 웃으며
자기 손으로 보시하거나 사람을 시켜 보시하거나 부드러운 말로 위로하면, 
이 사람이 얻은 복덕은 일백 갠지스강의 모래알 수만큼 많은 부처님께 공양한 공덕과 같으니라."

<지장경-교량보시공덕연품>

중생에게 한 공양이 많은 부처님에게 올린 공양이라는 뜻입니다.
불보살님과 대중들에게 공양 올리는 것이 재의 의미라고 했으니, 
일상생활 속에서 이웃과 나누고 섬기며 사는 삶이 바로 넓은 의미의 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법하게 불보살님과 대중들에게 공양하듯이 늘 이웃과 함께하는 마음과 실천은 불자의 바른 삶입니다.
이러한 삶이 윤달에 국한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살아생전 공덕을 닦는 생전예수재 입니다.

 

출처: 봉은판전

 

[ 2021년 생전예수재 일정 ]

입재 : 8월 26일 (목)

1재 : 9월 1일 (수) 
2재 : 9월 8일 (수)
3재 : 9월 15일 (수)
4재 : 9월 22일 (수)
5재 : 9월 29일 (수)
6재 : 10월 6일 (수)

회향 : 10월 13일 (수), 14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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